동양이야기-마르그리트 유르스나르

여백이 품고있는 섬세한 떨림

By 최정글로리아 December 30, 2019 18:08, 조회수: 47

사춘기때 헷세의 싯달타 를 읽고 그 소설의 안개같은 배경에 매혹되었었다. 

허허로움, 인연을 가만히 바라보며 가만히 떠내 보내기, 여백, 윤회, 고행.... 

아름답고 무상하며 여린, 그러나 오래 오래 작은 떨림으로 남겨지는 그 여운이 침묵속의 언약처럼 가슴 아렸었다.

오랜만에 그 시절을 상기시키는 글을 만났다. 

마르그리트 유르스나르의 '동양 이야기'

1903년 프랑스 귀족의 후예로 태어난 그녀의 아버지는 부유하면서 문학과 예술에 조예가 깊었다.  그런 아버지 곁에서 작가는 어린 시절, 정규교육 대신 많은 여행을 하며 인류 역사와 고대 문명 등에 대한 동경을 키운다.  모험과 자유로움의 토양에서 성장한 작가는 자신을 매혹시켰던 동양의 우화를 원형으로 해 나름의 색갈과 분위기를 입혀 재해석 냈다. 

10편이 실려있는 이 책의 첫 작품은 '왕포는 어떻게 구원 되었나' 이다.

떠돌며 그림그리는 노화가 왕포가 어느 날 황제에게 잡혀 사형당하게 되었다. 이유는 황제가 성장기에 왕포의 그림만 보고 자라며 이 세상의 아름다움에 숨막힐듯한 사랑을 갖고 삶을 시작했건만 실제로 보니 세상은 화가의 그림같이 아름답지가 얺더라고, 자신을 기만한 죄라 한다.

설정도 이유도 구름같고 꿈같고 아름답고 덧없다. 

이 책을 읽고 며칠 방안을 서성댔다.

삶은, 인간은, 덧없고 여리기 때문에 처연하도록 아름다운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