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인들과 진화하는 적들/김 숨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걸까..., 깊은 막막함..

By 최정글로리아 July 28, 2018 13:03, 조회수: 58

추적추적 하염없이 내리던 비, 언제부터 내렸는지 기억도 안나고 언제쯤 멈출지 가늠도 안되던, 내 젊던 그 여름, 나는 카프카의 '성'을 읽으며 절망했었다.

그녀의 소설을 읽으며 느닷없이 반세기도 더 지난 그 여름의 절망이 기억됐다면 너무 심한 과장일까? 아무튼 이 소설은 끝없이 막막한 절망의 대해이다. 침이 말라가는 희한한 증세의 병을 앓고 있는 시어머니, 인터넷 매장의 전화 판매원이었다가 그나마 해고된 며느리, 두어번 거론만 되었을 뿐인 그림자처럼 무능력한 남자, 그리고 그들 사이에서 아토피를 심하게 앓고 있는 아이..

소설 내내 시어머니는 여자로 불리고 주인공인 며느리는 그녀로 칭해진다. 소설은 물질주의 사회속에서 이룰수 없는 욕망에 부대끼는 현대인들이 빠져나갈 길 없는 덫 속에서 맴돌기를 되풀이 하는듯 하다. 시어머니의 입에서 나오는 대화는 거의 대부분이 말없음표로 마무리되어지고 며느리의 말은 가까스로 날카로운 칼끝만을 가려놓은 비수다. 거기에 배경은 온 사회에 넘쳐나는 개인의 이기심, 사회 윤리의 부재.

읽기가 쉽지 않았다. 그런데도 끝까지 읽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은 어쨋든 나 역시 그런 현대 사회를 이루는 한 구성원이라는 뼈아픈 자책과도 같은 공범의식 때문이었다.

다른 분들도 한번 읽어 봤으면.. 싶다. 그래서 자꾸만 마르는 입속을 레몬을 상상해서라도 억지로 적셔서 옆의 사람에게 말 한마디 건넬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하는 나이먹은 이의 막연한 바램때문에...